전략 & 컨설팅/전략
지속가능한 통합보고서 대세
창공의 카프카
2011. 4. 9. 11:11
매일경제에서 퍼온 글.
해외 투자 건을 논의하고 있는 A기업 회의실.
"갈수록 원자재값이 오르는데, 원료 확보가 시급합니다. 해외에 자원개발 합작사를 세웁시다." (최고경영자:CEO)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만한 투자를 하려면 매출이 10%는 늘어나야 하는데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CFO는 투자 시 비용과 수익을 철저하게 따지고, 가급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 중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기업은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나날이 오르는 원재료 가격 앞에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과거의 관점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4년. 기업들의 재무활동 패러다임에 일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으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재무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재무활동이나 회계이론은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분야지만 이제는 기존의 가치기준을 고민해봐야 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센 대표적인 이슈는 △주주 자본주의 △사업 다각화와 기업 가치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한 통합 회계보고서(Integrated Reporting) 등 세 가지다.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를 경영의 초점에 두는 미국식 자본주의로 기업의 경영목표는 주주들에게 어떻게 하면 많은 배당을 안겨주느냐에 맞춰진다. 실제로 `주주 이익 극대화`는 수많은 기업의 모토였고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가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순이익 창출보다 주주배당이나 시세차익 확보에 집착했던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악수(惡手)`를 뒀다는 것이 증명됐다.
"갈수록 원자재값이 오르는데, 원료 확보가 시급합니다. 해외에 자원개발 합작사를 세웁시다." (최고경영자:CEO)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만한 투자를 하려면 매출이 10%는 늘어나야 하는데요.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CFO는 투자 시 비용과 수익을 철저하게 따지고, 가급적 리스크를 줄이려는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 중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A기업은 신속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나날이 오르는 원재료 가격 앞에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과거의 관점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4년. 기업들의 재무활동 패러다임에 일대 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으면서 생존을 위한 새로운 재무전략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의 재무활동이나 회계이론은 기본적으로 크게 달라지기 어려운 분야지만 이제는 기존의 가치기준을 고민해봐야 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이 거센 대표적인 이슈는 △주주 자본주의 △사업 다각화와 기업 가치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한 통합 회계보고서(Integrated Reporting) 등 세 가지다.
주주 자본주의는 주주를 경영의 초점에 두는 미국식 자본주의로 기업의 경영목표는 주주들에게 어떻게 하면 많은 배당을 안겨주느냐에 맞춰진다. 실제로 `주주 이익 극대화`는 수많은 기업의 모토였고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가 각광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계기로 순이익 창출보다 주주배당이나 시세차익 확보에 집착했던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악수(惡手)`를 뒀다는 것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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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부동산 기업 코언 & 스티어스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을 가진 기존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기다리고 눈치를 보느라 시장에 재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익이 나는 족족 챙기려는 머슴 마인드를 버리고 집안의 미래를 생각하는 맏며느리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는 으레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재무이론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각화 기업의 기업 가치는 전문화 기업에 비해 약 10~15% 낮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에까지 나눠줘야 하고 여러 사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거나 오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부실한 기업이 최후 수단으로 신사업에 뛰어들 경우 다각화의 후유증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나 피터 디마르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재무담당 교수는 "경제위기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문화된 기업보다 사업 부문이 다양한 대기업들이 매력적인 투자ㆍ사업 기회를 많이 잡았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황이석 교수 역시 "다각화 기업의 파산 확률은 전문화 기업의 절반 정도"라며 "다각화 전략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기업 성과의 변동성을 낮추고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 분야에서 `메가트렌드`로 꼽히는 것은 단연 기업의 재무적 정보와 비재무적 정보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다. 한국도 올해부터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미국 일반회계원칙(GAA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전환된다. 나아가 환경과 지배구조, 인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까지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 보고서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는 이러한 국제통합보고서 작성의 틀을 만들고 있으며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이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명 `사회적 회계``통합회계` 추세는 이미 유럽에서는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투자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비재무적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삼정KPMG에 따르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2000년 세계적으로 825개였으나 2009년 3852개로 급증했다.
◆ 시장 전체가 아프면 개별 주주, 오너도 책임 느껴야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 외에 필요한 또 다른 규제가 있을까.
"주주 배당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이런 규제를 하고 있지만 미국은 `옳지 못한(wrong)` 방향으로 걸어왔다. 금융 당국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리도록 허락해줬고 기업은 현금을 배당금으로 지출하면서 위기에서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쿠션을 잃고 말았다. 만약 은행들이 좀 더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위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금을 가지고 주주들에게 배당할 것이 아니라 빚을 줄여나가는 데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은행들은 실수하고 있다. 다행히 다른 많은 나라는 은행에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사려 깊은 조치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활동 가운데 변화가 있나.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려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주주 배당금을 낮추고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많은 기업이 위기가 닥치자 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거래하던 은행이 망해버렸는데 은행으로부터 돈을 대출받거나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레버리지를 줄이고 전에 없이 현금 보유액을 신중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쌓아 놓은 현금을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나 비용을 모두 줄이고 현금을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장은 `주주 자본주의`를 숭배해왔다. 하지만 극단적인 주주 자본주의가 장기적인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재무적인 측면에서 고배당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재무학에서는 `기업은 유용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을 때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워런 버핏은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에 굳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고 구글도 벌어들인 현금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한다. 기업은 오직 사업투자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벌어들였을 때에만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배당이 아니라 재투자라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상생`이나 `동반성장`이슈가 여전히 뜨겁다. 얼마 전 대기업이 자본비용(Capital Cost)을 초과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시장이 이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주주나 소유주 등 개인적인 인센티브와 사회적인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적인 이윤추구가 사회적 가치도 증가시킨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즉 금융위기를 전후로 우리는 개인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즈니스 리더들의 역할은 바로 이런 불일치를 규제와 룰을 통해 재정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 가능토록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이 둘을 조화롭게 가져가기 위한 정책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반(反)기업적인 더 많은 규제를 요청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 한국기업 3대 과제는 회계 투명성ㆍ투자자 보호ㆍ글로벌자금 유치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이익이 나는 족족 챙기려는 머슴 마인드를 버리고 집안의 미래를 생각하는 맏며느리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다각화는 으레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재무이론도 설득력을 잃고 있다.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각화 기업의 기업 가치는 전문화 기업에 비해 약 10~15% 낮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에까지 나눠줘야 하고 여러 사업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거나 오류가 나기 쉽기 때문이다. 부실한 기업이 최후 수단으로 신사업에 뛰어들 경우 다각화의 후유증은 더욱 심각해진다.
그러나 피터 디마르조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재무담당 교수는 "경제위기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문화된 기업보다 사업 부문이 다양한 대기업들이 매력적인 투자ㆍ사업 기회를 많이 잡았다"며 반론을 제기한다. 황이석 교수 역시 "다각화 기업의 파산 확률은 전문화 기업의 절반 정도"라며 "다각화 전략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기업 성과의 변동성을 낮추고 생존과 성장을 도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 분야에서 `메가트렌드`로 꼽히는 것은 단연 기업의 재무적 정보와 비재무적 정보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다. 한국도 올해부터 재무제표 작성 기준이 미국 일반회계원칙(GAAP)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전환된다. 나아가 환경과 지배구조, 인권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까지 경제적 수치로 환산한 보고서가 요구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는 이러한 국제통합보고서 작성의 틀을 만들고 있으며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이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명 `사회적 회계``통합회계` 추세는 이미 유럽에서는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투자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비재무적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업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글로벌 회계법인인 삼정KPMG에 따르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2000년 세계적으로 825개였으나 2009년 3852개로 급증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로비에서 만난 피터 디마르조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했다. 최근 성균관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개설한 최고경영자 과정 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그는 두 가지 점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우선 서울이란 도시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고,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일본 관광객이 매우 많더라는 설명이다. 금융전략 분야 전문가인 디마르조 교수는 "금융위기가 가장 심각한 사태인 줄 알았는데 진짜 재앙(real disaster)은 따로 있었다"며 부쩍 잦아진 자연재해와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염려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장밋빛이었던 1980년대부터 경영대학원 교수로 활동해온 만큼 최근 몇 년 사이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를 바라보는 감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기업 주주에게 이로운 것과 전체 경제에 이로운 것 사이에 간극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명 `대격차(Big divergence)` 시대에서 기업의 재무 활동은 어떤 이정표를 따라 움직이게 될지 들어봤다.
◆ 과도한 레버리지가 원흉 "이제 자기자본을 늘려라"
-최고의 상황처럼 보였던 2008년에 전 세계가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장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에 최악의 위기를 겪었는지도 모른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경제는 저물가, 고성장으로 요약되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를 누렸다. 가장 큰 실수는 이 기간에 각종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스스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고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느꼈다. 금융시장 역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진 기법들이 등장하면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러나 그런 배경과는 전혀 반대로 우리는 금융위기를 맞고 말았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업계에서 통용되는 레버리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미국 주택시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레버리지 수준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을 만큼 높았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익숙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모든 종류의 리스크를 증폭시켰으나 그 누구도 앞으로 닥칠 전체 `리스크의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07년 여름부터 위기 징후가 포착됐지만 전문가들조차 주택시장의 문제점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2006년까지 너무나 안정적인 환경 속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 레버리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 드라마틱한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칫 금융산업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위기 이후 `새로운 규제(New Regulation)`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규제 자체가 아니라 규제 환경의 변화를 뜻한다. 가장 절실한 것은 은행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국제 감독 규제인 `바젤Ⅲ`가 은행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금융 섹터의 높은 레버리지가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투자은행들은 유형자기자본비율(Tangible Equity Capital)이 평균 3% 수준이다. 향후 자산을 3% 정도만 더 잃게 되면 자본금이 제로가 되고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미래 변동성에 대비하려면 더 많은 자기자본이 필요한 상태다."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꺼리게 돼 대출이 급격히 줄고 신용경색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는 얘기는 자기자본을 추가로 마련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금조달 방법을 바꾸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고객 예금을 대출해주면서 이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쉽게 말해 남의 돈, 즉 부채로 장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자금조달에서 부채가 97%를 차지했다면 방법을 바꿔서 부채 비중을 85%나 90%로 낮추라는 얘기다. 앞으로 은행들은 단기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자본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 과도한 레버리지가 원흉 "이제 자기자본을 늘려라"
-최고의 상황처럼 보였던 2008년에 전 세계가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장이 너무 좋아 보였기 때문에 최악의 위기를 겪었는지도 모른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경제는 저물가, 고성장으로 요약되는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를 누렸다. 가장 큰 실수는 이 기간에 각종 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스스로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고 시장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느꼈다. 금융시장 역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진 기법들이 등장하면서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그러나 그런 배경과는 전혀 반대로 우리는 금융위기를 맞고 말았다.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금융업계에서 통용되는 레버리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미국 주택시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레버리지 수준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을 만큼 높았지만 사람들은 여기에 익숙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모든 종류의 리스크를 증폭시켰으나 그 누구도 앞으로 닥칠 전체 `리스크의 규모`를 예상하지 못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07년 여름부터 위기 징후가 포착됐지만 전문가들조차 주택시장의 문제점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결국 2006년까지 너무나 안정적인 환경 속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점, 레버리지 수준이 지나치게 높았다는 점이 드라마틱한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자칫 금융산업의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위기 이후 `새로운 규제(New Regulation)`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규제 자체가 아니라 규제 환경의 변화를 뜻한다. 가장 절실한 것은 은행 자기자본 요건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국제 감독 규제인 `바젤Ⅲ`가 은행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금융 섹터의 높은 레버리지가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투자은행들은 유형자기자본비율(Tangible Equity Capital)이 평균 3% 수준이다. 향후 자산을 3% 정도만 더 잃게 되면 자본금이 제로가 되고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미래 변동성에 대비하려면 더 많은 자기자본이 필요한 상태다."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면 위험도가 높은 대출을 꺼리게 돼 대출이 급격히 줄고 신용경색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반발한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라는 얘기는 자기자본을 추가로 마련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금조달 방법을 바꾸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은행은 고객 예금을 대출해주면서 이자를 받아 자금을 조달한다. 쉽게 말해 남의 돈, 즉 부채로 장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자금조달에서 부채가 97%를 차지했다면 방법을 바꿔서 부채 비중을 85%나 90%로 낮추라는 얘기다. 앞으로 은행들은 단기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자본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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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전체가 아프면 개별 주주, 오너도 책임 느껴야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것 외에 필요한 또 다른 규제가 있을까.
"주주 배당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영국 등 많은 나라에서 이런 규제를 하고 있지만 미국은 `옳지 못한(wrong)` 방향으로 걸어왔다. 금융 당국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배당을 늘리도록 허락해줬고 기업은 현금을 배당금으로 지출하면서 위기에서 취할 수 있는 중요한 쿠션을 잃고 말았다. 만약 은행들이 좀 더 많은 현금을 가지고 있었다면 위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금을 가지고 주주들에게 배당할 것이 아니라 빚을 줄여나가는 데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 은행들은 실수하고 있다. 다행히 다른 많은 나라는 은행에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사려 깊은 조치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활동 가운데 변화가 있나.
"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려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주주 배당금을 낮추고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많은 기업이 위기가 닥치자 돈을 구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거래하던 은행이 망해버렸는데 은행으로부터 돈을 대출받거나 거래를 할 수 있겠는가. 결국 레버리지를 줄이고 전에 없이 현금 보유액을 신중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쌓아 놓은 현금을 다른 방법으로 투자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투자나 비용을 모두 줄이고 현금을 늘리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장은 `주주 자본주의`를 숭배해왔다. 하지만 극단적인 주주 자본주의가 장기적인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재무적인 측면에서 고배당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재무학에서는 `기업은 유용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을 때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워런 버핏은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했기 때문에 굳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이고 구글도 벌어들인 현금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한다. 기업은 오직 사업투자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현금을 벌어들였을 때에만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는 것이다. 우선순위는 배당이 아니라 재투자라는 얘기다."
-한국에서는 `상생`이나 `동반성장`이슈가 여전히 뜨겁다. 얼마 전 대기업이 자본비용(Capital Cost)을 초과해서 벌어들인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시장이 이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주주나 소유주 등 개인적인 인센티브와 사회적인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일치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개인적인 이윤추구가 사회적 가치도 증가시킨다고 배워왔다.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즉 금융위기를 전후로 우리는 개인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즈니스 리더들의 역할은 바로 이런 불일치를 규제와 룰을 통해 재정비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 가능토록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도 이 둘을 조화롭게 가져가기 위한 정책적인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반(反)기업적인 더 많은 규제를 요청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 한국기업 3대 과제는 회계 투명성ㆍ투자자 보호ㆍ글로벌자금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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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순조롭게 회복을 계속할 수 있을까.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잡히고 있다. 하지만 그 회복속도는 매우 느리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참사,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유가상승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3개월 전에 비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이 살아나는가 싶더니 최근엔 다시 느려졌고 소비지출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전히 `진짜 위험(real risk)`이 우리 경제 시스템 안에 남아 있다고 본다. 세계 경제는 당분간 회복 조짐을 보이다가 다시 속도가 저하되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기울기가 낮은 회복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결코 쉽지 않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와 매우 다르게 그려질 것이다. 현재로선 아시아의 미래가 밝다. 유럽은 여전히 워크아웃 등으로 문제가 많고 미국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두 지역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CEO,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조언을 들려준다면.
"우선 한국 기업들은 매우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내에 적절한 내부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또 투자자 친화적이고 외부 투자자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 확신`을 심어주고 더욱 많은 글로벌 자금을 한국 기업에 유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회계 투명성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 미국의 투자자 보호제도, 선진시장의 주식을 통한 자본조달 환경과 정책 등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특히 최근 글로벌 회계기준의 통합 추세에 대해 연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He is…
피터 M 디마르조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내 대표적인 재무 연구자다. 특히 기업재무관리와 파생상품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1992년부터 1년간 미국 싱크탱크로 유명한 후버연구소에서 국책연구원을 지냈으며 이후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비즈니스스쿨,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등 세계적인 MBA스쿨 교수로 활동했다. 응용수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분석(ORㆍOperations Research)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 스탠퍼드대에 재직 중이며 현재 금융모델링과 재무관리를 강의하고 있다.
수십년간 좀처럼 변하지 않던 기업들의 회계보고 체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매출ㆍ영업이익ㆍ순이익 등 재무적인 사항은 물론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얼마나 `바람직한` 역할을 했는지까지 함께 나타내는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보고서는 흔히 재무제표로 불리는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와 경제,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성보고서(CSR report)`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재무적 성과 중심이고 후자는 주로 비재무적 성과를 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은 초기를 막 지난 단계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좋은 기업`에 대한 평가기준이 변하고 자원고갈과 기후변화가 기업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비재무적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적으로 탄소배출규제가 도입될 경우 대책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장기충당부채로 잡힌다. 경영자나 투자자들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차 등 총 486개 업체는 의무적으로 온실가스ㆍ에너지 절감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범칙금 1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관계자는 "앞으로 도입될 예정인 배출권 거래제에 대비하고 국제 탄소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국제회계기준(IFRS)상에서 적용되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정도 내년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배출규제를 오히려 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전력은 최근 자사의 `배전분야 SF6(육불화황)가스 배출저감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 유엔의 CDM사업으로 등록됨에 따라 향후 10년간 300억원의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올해 1400만t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경영활동은 지속가능보고서 또는 통합보고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2006년부터 GRI(지구 보고 이니셔티브ㆍGlobal Reporting Initiative)지표에 따라 경제, 환경, 제품책임, 노동, 인권별로 경영 활동을 수치화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해관계자 환원금액, 온실가스 저감실적, 사옥 폐기물 분리배출량, 환경원가 등 기존의 재무제표에 없는 항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비재무 정보를 요구하는 정부와 투자자들의 요구가 점점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의 탄소배출량과 지배구조 건전성 등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줄이겠다"고 밝혔다.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3000억원을 사회책임투자(SRI)펀드에 투자했다.
일본노총(RENGO)도 최근 일본의 연기금 기관들에 사회적 책임 기업들에 투자하도록 권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노총과 관련된 퇴직연금의 규모가 50조엔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들의 투자 행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투자자로서 미래에 닥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침이다.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와 지속가능성 회계프로젝트(Accounting for Sustainability), GRI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국제통합회계보고기준의 표준화나 법제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발표된 ISO 26000이 그 신호탄이다.
기업들도 미래 경영환경 대비, 이미지 개선 등 `전략적`인 차원에서 연차보고서와 통합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개수는 2003년 2건에서 2009년에는 83건으로 늘어났다.
김성우 삼정KPMG 지속가능경영본부 전무는 "재무정보, 즉 숫자 뒤에 있는 비재무적인 활동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가 늘고 있다"며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회계법에는 기업의 비재무 정보가 제대로 생성됐는지 인증해 주는 서비스가 이미 개발돼 있다"고 전했다. 비재무 정보의 외부감사와 통합보고서 수요가 향후 회계법인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삼정KPMG는 현재 지속가능경영 단독본부를 마련하고 17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해 이를 대비하고 있다. 김 전무는 "기업 내부에 지속가능경영 추진 인력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지, 지속가능경영 부서가 CEO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경영기획실 등 핵심부서로 인정받는지 여부가 성패를 결정한다"며 각각 포스코와 에쓰오일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여건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들이 잡히고 있다. 하지만 그 회복속도는 매우 느리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참사, 중동지역 불안에 따른 유가상승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3개월 전에 비해 거의 모든 부문에서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택시장이 살아나는가 싶더니 최근엔 다시 느려졌고 소비지출도 마찬가지다. 나는 여전히 `진짜 위험(real risk)`이 우리 경제 시스템 안에 남아 있다고 본다. 세계 경제는 당분간 회복 조짐을 보이다가 다시 속도가 저하되는 상황이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장기적으로는 기울기가 낮은 회복 곡선을 그릴 전망이다. 결코 쉽지 않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와 매우 다르게 그려질 것이다. 현재로선 아시아의 미래가 밝다. 유럽은 여전히 워크아웃 등으로 문제가 많고 미국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이 두 지역은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CEO,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조언을 들려준다면.
"우선 한국 기업들은 매우 성공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기업의 재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내에 적절한 내부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또 투자자 친화적이고 외부 투자자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해외 투자자들에게 `투자 확신`을 심어주고 더욱 많은 글로벌 자금을 한국 기업에 유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회계 투명성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 미국의 투자자 보호제도, 선진시장의 주식을 통한 자본조달 환경과 정책 등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특히 최근 글로벌 회계기준의 통합 추세에 대해 연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He is…
피터 M 디마르조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 경영대학원 내 대표적인 재무 연구자다. 특히 기업재무관리와 파생상품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1992년부터 1년간 미국 싱크탱크로 유명한 후버연구소에서 국책연구원을 지냈으며 이후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비즈니스스쿨, 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등 세계적인 MBA스쿨 교수로 활동했다. 응용수학과 인지과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 대학에서 경영분석(ORㆍOperations Research) 석사와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2년부터 스탠퍼드대에 재직 중이며 현재 금융모델링과 재무관리를 강의하고 있다.
수십년간 좀처럼 변하지 않던 기업들의 회계보고 체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매출ㆍ영업이익ㆍ순이익 등 재무적인 사항은 물론 기업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얼마나 `바람직한` 역할을 했는지까지 함께 나타내는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보고서는 흔히 재무제표로 불리는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와 경제, 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활동을 담은 `지속가능성보고서(CSR report)` 두 가지로 나뉜다. 전자는 재무적 성과 중심이고 후자는 주로 비재무적 성과를 담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지속가능성보고서 작성은 초기를 막 지난 단계로 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좋은 기업`에 대한 평가기준이 변하고 자원고갈과 기후변화가 기업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비재무적 활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단적으로 탄소배출규제가 도입될 경우 대책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이는 고스란히 장기충당부채로 잡힌다. 경영자나 투자자들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당장 내년부터 삼성전자와 포스코, 현대차 등 총 486개 업체는 의무적으로 온실가스ㆍ에너지 절감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감축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범칙금 1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관계자는 "앞으로 도입될 예정인 배출권 거래제에 대비하고 국제 탄소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발맞춰 국제회계기준(IFRS)상에서 적용되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정도 내년께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배출규제를 오히려 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국전력은 최근 자사의 `배전분야 SF6(육불화황)가스 배출저감 청정개발체제(CDM)사업`이 유엔의 CDM사업으로 등록됨에 따라 향후 10년간 300억원의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올해 1400만t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경영활동은 지속가능보고서 또는 통합보고서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2006년부터 GRI(지구 보고 이니셔티브ㆍGlobal Reporting Initiative)지표에 따라 경제, 환경, 제품책임, 노동, 인권별로 경영 활동을 수치화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해관계자 환원금액, 온실가스 저감실적, 사옥 폐기물 분리배출량, 환경원가 등 기존의 재무제표에 없는 항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비재무 정보를 요구하는 정부와 투자자들의 요구가 점점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국민연금은 "앞으로 기업의 탄소배출량과 지배구조 건전성 등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리거나 줄이겠다"고 밝혔다.국민연금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3000억원을 사회책임투자(SRI)펀드에 투자했다.
일본노총(RENGO)도 최근 일본의 연기금 기관들에 사회적 책임 기업들에 투자하도록 권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일본노총과 관련된 퇴직연금의 규모가 50조엔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기관들의 투자 행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투자자로서 미래에 닥칠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방침이다.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와 지속가능성 회계프로젝트(Accounting for Sustainability), GRI 등의 단체를 중심으로 국제통합회계보고기준의 표준화나 법제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1월 발표된 ISO 26000이 그 신호탄이다.
기업들도 미래 경영환경 대비, 이미지 개선 등 `전략적`인 차원에서 연차보고서와 통합해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려는 준비가 한창이다. 한국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개수는 2003년 2건에서 2009년에는 83건으로 늘어났다.
김성우 삼정KPMG 지속가능경영본부 전무는 "재무정보, 즉 숫자 뒤에 있는 비재무적인 활동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가 늘고 있다"며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 회계법에는 기업의 비재무 정보가 제대로 생성됐는지 인증해 주는 서비스가 이미 개발돼 있다"고 전했다. 비재무 정보의 외부감사와 통합보고서 수요가 향후 회계법인의 가장 큰 수익원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삼정KPMG는 현재 지속가능경영 단독본부를 마련하고 17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해 이를 대비하고 있다. 김 전무는 "기업 내부에 지속가능경영 추진 인력이 별도로 마련돼 있는지, 지속가능경영 부서가 CEO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경영기획실 등 핵심부서로 인정받는지 여부가 성패를 결정한다"며 각각 포스코와 에쓰오일을 모범 사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