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 컨설팅/전략
한우물 파기와 사업 다각화
창공의 카프카
2010. 9. 17. 11:10
일반적으로는 관련 다각화가 맞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진출했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성공한 사례도 분명히 있다.
NOKIA가 원래 펄프/제지 업체였다가 세계 제일의 휴대폰 업체가 된 것은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례일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일반론은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외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가진 경쟁력의 본질이 과연 관련 다각화에 적합한지, 비관련 다각화에 적합한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분야에 진출할 만큼 어떤 절박성이 큰 지도 봐야 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가면 대개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
법칙은 없다. 그게 전략이다.
[심층분석] 사업확장 경쟁 전선업계 라이벌 LS그룹·대한전선의 명암
"이제 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 우물을 파다 망한 기업도 많습니다."(대한전선)
"우리는 구리(전선)와 관련된 사업체만 삽니다. 본업과 시너지가 없으면 관심 없습니다."(LS)
전선업계 양대 라이벌 LS 그룹과 대한전선그룹이 2000년대 중반부터 벌인 사업 확장 경쟁의 결과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본업인 전선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고, LS그룹은 전선사업과 관련된 확장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LS는 본업과 관련된 기술기업을 찾아내 인수하는 '스몰M&A(작은 인수·합병)'라는 용어를 유행시키며 성장을 지속 중이다. 반면 대한전선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인수업체 매각작업을 펼치는 등 구조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돈 되는 사업이면 다 한다?
지난 15일 대한전선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과 시흥 공장부지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성공할 경우 모두 44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는 지난해 5월 주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후 벌이는 자산매각작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한전선은 올 한 해 6700억원어치의 자산매각·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대한전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만 해도 기업 인수·합병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었던 기업이었다. 전선업계에선 "설원량 전 회장의 별세(2004년) 후 대한전선의 사업다각화는 전선업이 아닌 건설·레저 등으로 본업 외 확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임종욱 당시 대한전선 대표는 2005년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제 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수년간 M&A 목록을 보면 화려하다. 덩치가 컸던 외국계 전선회사 프리즈미안 투자건(2007년 지분 9.9% 매입, 2010년 5월 재매각)을 제외하곤 대부분 건설·리조트 같은 이종(異種)산업에 대한 진출이었다. 건설·플랜트 분야에서 명지건설(2007년·TEC건설)·대경기계기술(2007년)·남광토건(2008년) 등을 접수했다. 극동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당시 한계기업 사이에서 돈 구하기 힘들면 대한전선을 찾아가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증언했다. 레저·생활서비스 산업에도 손을 대 무주리조트(2002년)와 트라이브랜즈(2009년 재매각), 한국렌탈(2009년 재매각), 캐나다 밴쿠버 힐튼호텔(2010년 재매각), 선운레이크밸리 골프장(2008년)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대한전선의 본업 외 확장 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타격을 입고 철회됐다. 지난 5월 대한전선의 구조조정을 위해 영입된 손관호 회장은 "전선업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잠재적인 매각 대상"이라고 말했다. 돌고 돌아 다시 전선분야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본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기업만 골라 인수
대한전선이 레저·건설 등으로 사업을 급속도로 확장하자 LS그룹은 '스몰M&A'라는 생소한 개념의 경영원칙을 내걸었다.
재작년 11월 구자홍 그룹 회장은 중국 다롄 공장 준공식에서 "그룹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며 처음으로 스몰M&A를 공식화했다. 스몰M&A는 거액을 들여 대형M&A를 하기보다 본업에 필요한 기술 기업을 골라 인수한다는 의미이다.
실제 LS그룹이 최근 2년간 펼친 M&A는 12건에 달한다. LS전선이 2007년부터 사들인 JS전선(옛 진로산업)·북미 전선회사 슈페리어에식스·홍치전기는 모두 전선회사다. LS산전은 플래넷(전력선통신) LS메카피온(공장자동화제품) LS사우타(지능형빌딩시스템) 호개전기(초고압차단기)를, LS엠트론은 대성전기(전기차 부품업체)를 각각 인수했다. 이들 M&A 공통점은 본업과 관련된 업체란 점 외에도 9000억원이란 목돈이 들어간 슈페리어에식스를 제외하면 38억~691억원 사이의 소규모 M&A이다. LS그룹은 지난해 19조4000억원 매출(영업이익 7600억원)을 올렸다. 5년 전인 2004년(매출 8조700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회사 규모가 커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2003년 LG그룹에서 떨어져나온 LS 입장에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범LG계열 회사와의 사업영역 충돌 우려 때문에 사업다각화 선택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LS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원칙은 LG나 GS그룹이 없더라도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는 연관산업을 중심으로 진행해야 성공확률 높아
경영학계에서는 연관산업으로 사업다각화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1970~1980년대 우리 기업들은 본업과 상관없는 영역에 진출해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그러한 요행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서울대 송재용 교수는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진입해 성공할 확률은 1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온다"며 "설사 유망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있더라도 본업과 상관없는 영역이라면 들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진출했다가 패가망신한 사례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러나, 성공한 사례도 분명히 있다.
NOKIA가 원래 펄프/제지 업체였다가 세계 제일의 휴대폰 업체가 된 것은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례일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일반론은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외부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가진 경쟁력의 본질이 과연 관련 다각화에 적합한지, 비관련 다각화에 적합한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분야에 진출할 만큼 어떤 절박성이 큰 지도 봐야 한다.
배수의 진을 치고 가면 대개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
법칙은 없다. 그게 전략이다.
[심층분석] 사업확장 경쟁 전선업계 라이벌 LS그룹·대한전선의 명암
승승장구 LS… 잘할 수 있는 분야 집중 전선 관련업체만 인수
재무구조개선 대한전선… 레저·건설 등으로 확장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이제 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한 우물을 파다 망한 기업도 많습니다."(대한전선)"우리는 구리(전선)와 관련된 사업체만 삽니다. 본업과 시너지가 없으면 관심 없습니다."(LS)
전선업계 양대 라이벌 LS 그룹과 대한전선그룹이 2000년대 중반부터 벌인 사업 확장 경쟁의 결과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대한전선은 본업인 전선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고, LS그룹은 전선사업과 관련된 확장전략을 선택했다. 현재 LS는 본업과 관련된 기술기업을 찾아내 인수하는 '스몰M&A(작은 인수·합병)'라는 용어를 유행시키며 성장을 지속 중이다. 반면 대한전선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인수업체 매각작업을 펼치는 등 구조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15일 대한전선은 서울 양재동 화물터미널과 시흥 공장부지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성공할 경우 모두 44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이는 지난해 5월 주 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후 벌이는 자산매각작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대한전선은 올 한 해 6700억원어치의 자산매각·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대한전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만 해도 기업 인수·합병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었던 기업이었다. 전선업계에선 "설원량 전 회장의 별세(2004년) 후 대한전선의 사업다각화는 전선업이 아닌 건설·레저 등으로 본업 외 확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임종욱 당시 대한전선 대표는 2005년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제 한 우물만 파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수년간 M&A 목록을 보면 화려하다. 덩치가 컸던 외국계 전선회사 프리즈미안 투자건(2007년 지분 9.9% 매입, 2010년 5월 재매각)을 제외하곤 대부분 건설·리조트 같은 이종(異種)산업에 대한 진출이었다. 건설·플랜트 분야에서 명지건설(2007년·TEC건설)·대경기계기술(2007년)·남광토건(2008년) 등을 접수했다. 극동건설 인수전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당시 한계기업 사이에서 돈 구하기 힘들면 대한전선을 찾아가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증언했다. 레저·생활서비스 산업에도 손을 대 무주리조트(2002년)와 트라이브랜즈(2009년 재매각), 한국렌탈(2009년 재매각), 캐나다 밴쿠버 힐튼호텔(2010년 재매각), 선운레이크밸리 골프장(2008년) 등을 연이어 인수했다.
대한전선의 본업 외 확장 전략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타격을 입고 철회됐다. 지난 5월 대한전선의 구조조정을 위해 영입된 손관호 회장은 "전선업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잠재적인 매각 대상"이라고 말했다. 돌고 돌아 다시 전선분야에 매진하겠다는 뜻이다.
◆본업에 도움이 되는 기술기업만 골라 인수
대한전선이 레저·건설 등으로 사업을 급속도로 확장하자 LS그룹은 '스몰M&A'라는 생소한 개념의 경영원칙을 내걸었다.
재작년 11월 구자홍 그룹 회장은 중국 다롄 공장 준공식에서 "그룹역량을 키우기 위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을 찾는 일이 필요하다"며 처음으로 스몰M&A를 공식화했다. 스몰M&A는 거액을 들여 대형M&A를 하기보다 본업에 필요한 기술 기업을 골라 인수한다는 의미이다.
실제 LS그룹이 최근 2년간 펼친 M&A는 12건에 달한다. LS전선이 2007년부터 사들인 JS전선(옛 진로산업)·북미 전선회사 슈페리어에식스·홍치전기는 모두 전선회사다. LS산전은 플래넷(전력선통신) LS메카피온(공장자동화제품) LS사우타(지능형빌딩시스템) 호개전기(초고압차단기)를, LS엠트론은 대성전기(전기차 부품업체)를 각각 인수했다. 이들 M&A 공통점은 본업과 관련된 업체란 점 외에도 9000억원이란 목돈이 들어간 슈페리어에식스를 제외하면 38억~691억원 사이의 소규모 M&A이다. LS그룹은 지난해 19조4000억원 매출(영업이익 7600억원)을 올렸다. 5년 전인 2004년(매출 8조7000억원)에 비해 두 배 이상 회사 규모가 커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2003년 LG그룹에서 떨어져나온 LS 입장에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범LG계열 회사와의 사업영역 충돌 우려 때문에 사업다각화 선택 여지가 별로 없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해 LS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원칙은 LG나 GS그룹이 없더라도 그대로 유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는 연관산업을 중심으로 진행해야 성공확률 높아
경영학계에서는 연관산업으로 사업다각화를 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1970~1980년대 우리 기업들은 본업과 상관없는 영역에 진출해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그러한 요행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서울대 송재용 교수는 "미국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기업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진입해 성공할 확률은 10%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온다"며 "설사 유망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있더라도 본업과 상관없는 영역이라면 들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