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미술 및 건축

선의 기억 線の記憶, 시오다 치하루 ちはるしおた, 塩田千春, 데시마 豊島

창공의 카프카 2025. 5. 22. 00:17

이 곳은 그냥 평범한 동네의 그냥 평범한 어느 오래된 집을 설치미술의 장소로 바꾸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곳. 

보는 것처럼 그냥 동네 한 복판에 있어서, 구글 맵을 가지고도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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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aps.app.goo.gl/cYtAVL2L3GAYJ7838

 

瀬戸内国際芸術祭2025 線の記憶 · 722 Teshimako, Tonosho, Shozu District, Kagawa 761-4663 일본

★★★★★ ·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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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다 치하루 (1972~ 베를린 거주) 는 오사카 출신으로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시오타 치하루의 작품을 볼 때에 단순히 거부감과 공포만이 깃들지 않는 것은 마치 많은 이들의 운명의 실들이 엉기성기 얽혀 서로를 이어주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일 수도, 그리고 그 소재가 날카로운 철사 같은 것이 아니라 뜨게질 실같은 따뜻한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작가는 실을 엉키게 하고, 얽히게 하고, 끊기도 풀리기도 하면서 인간의 내면의 심연을 다룬다. 마치 핏줄처럼 내 안에서 끊임없이 흐르는 혈관을 상징화하여 보여줌으로써, 타인과 나 자신의 삶과 죽음, 운명에 대해 섬세하고 촘촘하게 나타내고 있다.



“실은 엉키고, 얽히고, 끊어지고, 풀린다. 이 실들은 인간관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끊임없이 나의 내면의 일부를 반영하기도 한다.” -시오타 치하루

붉은 실이 운명과 관련된 은유라면, 흰 실은 기억과 관련된 은유라고 한다. 

한국의 가나아트센터에서도 전시를 했었다. 

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1&category=5&item=&no=28357

 

사람과 함께하는 위드인뉴스 :: [리뷰] 한 땀 한 땀 실로 엮은 운명과 기억의 바다, 시오타 치하루

[리뷰] 한 땀 한 땀 실로 엮은 운명과 기억의 바다, 시오타 치하루 개인전 ‘인 메모리 In Memory’ 2022.08.05 16:18 입력 김현비 withinnews01@gmail.com [위드인뉴스 김현비] 일본 오사카 출신의 시오타 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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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대해 도전하고 있고, 동시에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장소나 물건에 머무는 기억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에 대해 실을 뽑는 것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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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시각적으로 상당히 충격적인 전시이고, 예술이 주는 도전이라는 역할에 충실한 전시였다. 

그리고 시골 농가라는 평범성에 의해 그 충격은 더욱 극대화 된다. 

이것은 이 전에 보았던 요쿠 하우스에서도 동일하게 느껴지는 감정이긴 한데 오히려 더욱 심화되는 것이, 요쿠 하우스는 집을 아예 전시 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해서 이질감을 극대화 하였고, 이 전시는 집을 그대로 놔두고 내부에 설치를 함으로써 평범함과 대비되는 극단적인 이질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이 집에 그런 게 있는 줄 누가 짐작이나 하겠냐고.. 저 파란 깃발 하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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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부터 심상치 않다. 이건 마굴? 

천진한 아이와 엄마가 붉은 실의 던전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광경은 뭔가 굉장히 이질적이고 불편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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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사용되던 실잣는 기계라고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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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저 편과 이 편이 격리되어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면 좋겠지만, 그렇게 간편하게 무시할 수 없는 포스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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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격렬한 압력을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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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넘어온 그림자에서 볼 수 있듯이, 왼 편의 평화로운 광경은 오른 편의 피같이 붉은 실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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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은 이렇게 푸르고 싱그럽고 평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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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저 붉은 실의 존재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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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의 주의사항이 저 댓돌을 딛고 올라가면 안된다는 거였고, 한 쪽의 통로로만 올라갈 수 있는 거였는데, 그건 제대로 지켰다. 다만, 스텝들의 설명을 잘못 알아들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갔다가 당황한 스텝들이 신발 신어도 된다고 다시 허겁지겁 설명해주는 상황이 있었다. 아마 신발 신고 올라가도 된다는 설명을 내가 반대로 이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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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인상 깊었던 전시였다. 

그런데 지금 정리하다 보니까 요쿠 하우스, 심장 소리 아카이브, 그리고 이 선의 기억까지 모두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심장, 피, 붉은색, 삶과 죽음, 일상속의 괴이, 불안 ... 이런 키워드 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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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2025년 7월 카이 대지진  南海トラフ巨大地震  이야기가 나오고 있기도 하고 경제도 계속 내리막길,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막대한 피해와 상실감, 답 없는 정치인들에 의한 변화할 희망이 없는 미래 등에 의해서 일본인들의 심리 깊은 곳에는 이런 불안이 마치 지진으로 표출되기 전의 저 땅 속 에너지 축적 처럼 쌓여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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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에게는 그게 북한, 중국, 러시아, 군부 독재, 일본 식민지 시대 등등의 요인이라면, 그래도 한국은 계속 발전을 이루어 왔고... 일본은 정체되고 희망이 없다는 것이 큰 차이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이제 민주당이 만에 하나 집권을 하게 되면 우리도 일본하고 자연재해 요인만 빼면 큰 차이는 없게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