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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농업은 Benchmarking 대상이 아니다?

창공의 카프카 2010. 7. 2. 14:57
Benchmarking 대상이 맞다.
환경은 어차피 다 다른 거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게 BM이 아니고, 내 환경에 맞게 Implication을 찾아내서 적용하는 것이다.

그 척박한 작은 나라가 어떻게 농업을 수출산업화 했는지, 거기서 아이디어와 도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2010년 6월 16일 농민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식량은 수입… 수출 화훼·축산에 집중
 

  수출형 축산과 화훼농업을 집중 육성하는 대신 식량을 수입하는 네덜란드 농업을 우리나라의 농업모델로 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네덜란드 쿠켄호프 구근화훼전시관을 찾은 유럽인들이 튤립 등을 감상하고 있다.

●GS&J ‘네덜란드 농업의 올바른 이해’ 연구보고서

GS&J 인스티튜트의 고영곤 농정전략연구센터 소장 등이 최근 2차례에 걸쳐 발표한 ‘네덜란드 농업의 올바른 이해’ 연구보고서는 네덜란드 농업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네덜란드 농업에 대해 가졌던 우리의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줘 주목된다. 연구보고서 내용을 간추린다.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네덜란드는 국토면적이 우리나라의 35%인 ‘작은 나라’이다.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국토가 작은 만큼 인구가 우리나라의 35%에 불과해 국민 1인당 국토면적은 우리나라와 같고, 1인당 농지면적은 우리나라보다 많다. 전 국토가 평지인 관계로 2008년 현재 국토의 56.7%인 192만9,000㏊가 농지로 이용돼 우리나라보다 10% 정도 많다. 인구가 3분의 1 정도인 반면 농지면적이 10% 더 크므로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이 우리나라의 3.2배가 된다. 또 농지의 대부분이 삼각주 지역이거나 간척지여서 표토가 깊고 유기질 성분이 풍부해 좋은 토양조건을 가지고 있다.



◆수출국인 동시에 수입국이다=네덜란드의 농산물 수출액은 2008년 기준 837억달러로 당년도 농산물 생산액 346억달러의 2.4배나 된다. 농업생산액보다 수출액이 더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농산물 수출의 많은 부분을 중계무역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장미가 대표적이다. 2008년 25억송이의 장미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 수출한 장미 수출 대국이지만 2008년 장미 수입량이 37억송이나 된다. 장미 수출의 대부분이 중계무역을 통해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미 생산 농가수는 2000년 765가구에서 2009년 265가구로 감소했고, 재배 면적도 932㏊에서 532㏊로 줄어든 상황이다. “미국에서 생산된 꽃이 네덜란드로 공수돼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알스미어경매장 관계자의 증언이다.

또 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액의 45%가 가공식음료와 기호식품인데, 그 원료의 상당 부분은 수입 농산물이다.

네덜란드의 수출은 싼 가격에 원물을 수입해 재포장 및 품질보증을 한 후 전 세계에 구축된 판매망을 통해 비싼 값에 수출하는 중계무역업의 성과인 동시에 수입한 원료 농산물로 가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인 식품산업의 성과인 것이다. 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의 상당 부분은 네덜란드 농업생산과 관련 없이 대량의 농산물을 수입해 자체 판매망을 통해 재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한 무역업과 고가의 식음료품을 가공해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식품 가공산업의 성과라고 이해하면 된다.



◆가족농이 중심이고 보조금도 많다=일부에서는 기업이 농업에 진출해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지만, 네덜란드 농업경영체의 95%는 가족농이며 협동조합이 유통의 중심적 역할을 한다. 농업노동력 중 가족노동의 비중은 1992년 79%에서 2008년 69%로 감소했으나, 화훼 등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아직도 가족노동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네덜란드 농업도 가족농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이 농업에 진출해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농업으로 발전한 것은 아니다.

또 우리나라와 같이 자작농이 중심이고, 농업과 환경보호를 위해 농지 소유와 이용을 규제하고 있다. 전체 농지면적의 60%가 소유자에 의해 경작되며 순수 임차농은 10% 미만이다.

네덜란드 농가가 2007년 수령한 직불금은 농가 가구당 평균 1만4,000유로(약 1,780만원)에 달한다. 전체 농가의 25%는 직불금을 받지 않고 있으나, 42%의 농가는 1만유로(약 1,270만원)에서 5만유로(6,350만원)의 직불금을 받고 있다. 4%의 농가는 연간 5만유로 이상의 직불금을 받고, 29%의 농가는 1만유로 이하를 받지만 연간 소득이 8,500유로(약 1,080만원) 정도여서 농가경제에서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 요컨대 네덜란드 농가의 51%를 차지하는 낙농가와 비육 농가, 15%를 차지하는 곡물 생산 농가는 유럽공동농업정책에 따라 가격 보호를 받고 있고, 대부분 상당 수준의 직불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의 농정은 EU의 공동농업정책과 각 회원국의 개별적 농업정책으로 이원화돼 개별 국가만으로 보면 보조금이 없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쉽다. EU는 농업생산액 대비 농업보조금의 비율이 19.7%로 우리나라의 5.7%보다 월등히 높고, EU 전체 예산의 50~60%가 농업부문 보조금이다.

또 네덜란드 농가의 3분의 1은 사회보장제도 대상이다. 2005년의 경우 농가소득이 적자인 농가가 14%나 되는 반면, 14% 정도의 농가가 소득이 10만유로(약 1억원)이 넘어 농가간 소득격차가 크다. 그 결과, 농가소득보전을 위해 상당한 직불금이 지급되고 있음에도 전체 농가의 3분의 1은 사회보장제도 대상이 될 만큼 소득수준이 낮다.



◆교육 및 과학기술정책이 경쟁력의 원천=네덜란드 교육연구(EER) 체제는 네덜란드 농업을 이끌어 온 견인차였다. EER 체제는 교육-지도-연구의 삼각체제로 구성되는데, 농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가장 중요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네덜란드 농업연구의 본산인 바게닌겐농업대학과 농업시험연구소가 각각 1876년과 1877년에 설립됐으며, 1990년 두기관이 통합돼 연구와 교육의 연결이 강화됐다.

2008년 총 농업예산의 53%가 기술 개발과 교육에 투입될 만큼 교육과 기술 개발 보급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밖에 총 농업예산의 38%가 농촌자원 및 경관관리, 그리고 나머지는 지속 가능 경영에 투입되며,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예산은 거의 없다.



◆농업협동조합 등 농민조직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네덜란드에는 협동조합·농민단체·품목위원회 등 3종류의 농민조직이 있고, 이들이 각각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한다. 협동조합은 경영체로서, 사회·정치적 관심사보다는 시장대응력 향상과 위험 분산 등 경영활동을 통해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증대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농민단체는 회원들의 정치·사회적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품목위원회는 특정 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자들의 수직적 단체다.

네덜란드 협동조합의 시장점유율은 전분 100%, 화훼 95%, 농업자금 융자 87%, 우유 85%, 과일·채소 60%, 영농자재 구매 54% 등으로 매우 높고, 농산물 판매와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네덜란드 농업은 농업협동조합의 발달과 함께 발전했고, 협동조합 중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사례들이 많다.



◆우리나라 농업모델로는 글쎄=네덜란드는 축산이 농업총생산액의 44.3%이고, 전체 농가의 67.6%가 축산업에 종사한다. 화훼는 농가수가 전체 농가의 9.3%에 지나지 않으나, 생산액이 많아 농업총생산의 29.3%를 차지한다. 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의 상당 부분은 수입 농산물에 기초한 중계무역과 가공무역의 결과이지만, 축산과 화훼부문은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수출되는 진정한 수출농업이다. 수출형 축산업은 곡물 재배가 힘든 간척지 농업의 운명적 선택이고, 화훼와 무역업은 긴 역사를 통해 이뤄졌다.

농업생산의 대부분이 축산물과 화훼에 집중된 결과, 곡물부문은 전체 농지의 11%, 농업총생산액의 1% 정도에 불과해 필요한 식량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우리나라 농업이 네덜란드와 같은 수출형 농업이 되려면 농업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쌀과 채소를 수출 가능한 농산물로 전환하고 국내 소비량의 일정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가 농산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벼농사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자급형 농업은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이 네덜란드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아시아 몬순기후라는 조건 아래서 형성된 것이므로 네덜란드 농업이 모델이 될 수 있는지는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