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또 오브리옹 Haut-Brion 2014
보르도 5대 샤또 중 하나.
참고로 5대 샤또는, 전 프랑스가 대상이 아니고 보르도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영국 수출에 강세를 가지던 지롱드 Gironde 강 좌안의 와이너리 (샤또)들을 대상으로 한 건데 (보다 정확히는 메독 지역, 그리고 그라브 지역 대상) , 워낙 상징성이 있어서 프랑스 와인 전체나 보르도 전체를 대표 하는 것처럼 인식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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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프랑스 와인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기획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와인은 그때도 만국 박람회에서 프랑스를 대표할 수 있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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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보르도 지역 와인들의 등급을 급히 지정하게 된다.
사실은 만국 박람회 이전에도 유사한 등급 분류 체계가 비공식적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이는 영국 수출에 있어서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려는 의도와 계급화를 통해 더 비싼값을 받고 제대로 팔아먹으려고 하는 의도의 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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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만국 박람회를 앞두고 이런 비공식적인 분류체계를 십분 활용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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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을 나누고 관리하는 것은 품질 관리의 기본이다. 프랑스가 세계에서 제일 먼저 시도 했고, 가장 잘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이다. 다른 나라는 이정도 까지는 못한다. 기본적으로 농산물의 성격이 있다보니... 이해관계도 많이 얽혀 있고, 주관적인 부분도 있고, 반발도 심하고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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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연히, 수준이 높다는 것이지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대충 설렁설렁 만들었던 등급 분류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이걸 만들면서 이게 이렇게 수백년 뒤까지 이어지면서 고착화 될 걸로는 생각을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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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5년 4월 5일, 보르도 상공회의소는 보르도 와인중개협회에 5개 등급의 생산자 명단과 포도원 위치 지도를 제출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박람회가 곧 개최되니 가능한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동양이나 서양이나 일하는 방식이 대략 이러하다...) 1855년 4월 18일 보르도 와인중개협회는 지도와 함께 5개 등급 60개 샤또 명단을 제출했다. (아래 서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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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류는 보르도 와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임시 조치였기 때문에 절대로 공식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칙령이 수반되었으나, 프랑스 애들의 어떤 사정에 의해서인지 지금까지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단 2번의 예외가 2등급이었던 무똥 로칠드 Muton Rothschild가 1등급으로 변경된 것과 (1973년) 깡뜨 메를르 Cantemerle가 5등급에 추가된 것 (1855년) 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조.
https://www.collable.co.kr/wineguide/?idx=11354661&bmode=view
1855년 보르도 > 메독 지역, 그랑 크뤼 등급 분류(Grand Cru Classé in 1855) : 콜라블 :: Collable
안녕하세요 여러분, 콜라블의 윤호제(빅코) 쌤입니다! 😎 제가 처음 와인을 접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와인은 프랑스, 그중에서도 보르도 와
www.collab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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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보르도 와인 맵을 봐도, 왕관 모양으로표시된 1855년 등급 참여 지역은 주로 지롱드 강 왼쪽 (좌안)에 한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메독 지역과, 그 밑에 주황색으로 표시된 그라브 지역이 다다.
그런데 5대 샤또 못지 않은 와인들이 생떼밀리옹, 뽀므롤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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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이 길었는데, 샤또 오브리옹은 원래 4대 샤또 중에서도 가장 유명했던 곳이다.
오죽하면 메독에서 3개의 샤또를 1등급으로 지정하면서 그라브의 Pessac-Leognan에 있는 어떻게 보면 쌩뚱맞은 오브리옹을 흘리지 못하고, 역시 1등급으로 지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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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리옹의 설립은 1533년이고, 나폴레옹 전쟁 패전 후 빈 평화회의에서 존재감을 알린 후, 영국 런던의 사교계를 중심으로 유명해 졌고, 1935년에는미국 금융가인 Clarence Dillon에게 인수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2007년 부터는 2nd wine의 이름을 Le Clarence de Haut-Brion으로 바꾸어서 respect를 표하고 있다.
다른 1등급 와인들이 까베르네 쇼비뇽을 메인으로 블렌딩하는 것에 반해, 오브리옹은 메를로의 비율이 절대적인 블렌딩을 하는데, 이는 보르도 우안 쪽의 특징에 더 가까운 것이기도 하다.
메를로를 주로 하는 떼루아는 진흙의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라브는 그 자체가 자갈이라는 뜻일 정도로 자갈의 비중이 꽤 있는 떼루아인데, 오브리옹은 진흙이 자갈하고 같이 공존하고 있는 것 같다. 자갈 비중이 높으면 배수가 잘되는 특징이 있어, 와인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다양한 미네랄을 흡수하여 복합미를 가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물론 라임스톤 등 다른 구성 성분의 영향도 작용한다.
블렌딩 비율은 매년 적절하게 바뀌는데,
2014년의 경우는 메를로 50%, 까쇼 39%, 까베르네 프랑11%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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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는 14.5도로 꽤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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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마실 수 있는 와인은 아니지만, 몇 번 마셔 본 경험으로는 실망한 적이 없다.
5대 샤또 영빈을 마실 경우, 제대로 즐기기가 상당히 까다로운데 오브리옹은 그나마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직관적으로 맛이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화사한 향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가운데 검은 과일류의 향과 약간의 맨솔 향을 느낄 수 있고, 적절한 탄닌이 즐거운 긴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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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10년 후의 오브리옹은 이 보다 더한 즐거움을 줄 수 있을 것이 느껴지지만, 지금의 오브리옹도 좋다. (시음 시점: 2021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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