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g Picture by Douglas Kennedy

2010. 10. 22. 00:29책 & 영화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사진가의 꿈을 키워왔지만 결국 인정받지 못하고 포기한 후, 월가의 유명한 법률회사에서 유산/상속 담당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30대의 남자다. 이름은 벤자민 브래드포드. 

작가를 꿈꾸다 결혼한 부인과 두 아이가 있는 상류층에 가까운 중산층 가장으로, 이루지 못한 꿈을 보상이라도 하듯 최신기계로 꽉찬 좋은 암실과 카메라들을 수집하고 있다.  

어느날 실수로 부인의 불륜 상대를 죽이게 되는데...



빅픽처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더글라스 케네디 (밝은세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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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를 붙잡느라 실체를 잃지 않도록 조심하라.    - 이솝





"내가 시한부 인생이래."  

(중략)


잭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가장 참기 힘든 게 뭔지 아나? 언젠가 죽는다는 걸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는 거야. 변화를 모색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거나 다른 생을 꿈꿀 수 없는 순간이 찾아오리란 걸 알면서도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인 양 살아왔다는 거야. 이제는 더 이상 환상조차 품을 수 없게 됬어. 인생이라는 도로에서 완전히 비껴난 것이지. "

내 얼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잭은 그런 내 표정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잭이 말하려는 게 뭔지 알고 있었다. 최소한 연봉 50만 달러, 수많은 특권....  그러나 그 모든 건 내가 뷰파인더 뒤의 인생을 포기하는 대가로 얻은 것들이었다. 잭이 오래 전 맥두걸 가의 화실에서 꿈꾸었던 인생, 이제는 백일몽이 되어버린 인생, 안정된 삶을 선택하는 대가로 포기한 인생.

잭은 그 안정된 삶이 바로 지옥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살인만 저지른 게 아니었다. 내가 이룬 세상을 스스로 경멸한 자기혐오도 죄악이었다. 생의 마지막 한두 시간을 남기고, 나는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와 마주했다.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이제는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됐다. 종교라도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을 것이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 주십시오. 아무런 기쁨 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 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와인 한 잔을 더 마시고, 인화한 사진을 다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밖의 다른 사진들에는 이전에 내가 품었던 자의식만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섯 장을 건질 수 있었던 건 내가 피사체에 사진가의 시각을 인위적으로 들이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 피사체가 프레임을 결정하게 내버려 두면, 모든게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소설 자체로도 흥미 있었지만, 아무래도 주인공의 직업이 변호사이자 아마츄어 사진가였기에, 미국의 사진계에 대한 많은 간접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작가도 사진을 꽤 깊이 연구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전문성이 느껴지기도 했다.

네거티브 필름을 말리려고 거는 순간부터 살찌고 초조한 중년의 이미지를 매우 잘 포착했다고 생각했다. 단순하게 좋은 구도를 뛰어넘어, 불편한 진실과 엄숙함의 영역을 우연히 포착한 사진이었다.
사진에서는 바로 그런게 중요하다. 카메라 렌즈를 아주 세련되게 현실의 중개자로 사용하면, 지금껏 본 적 없는 이미지를 얻어낼 수 있다. 최고의 사진은 늘 우연을 통해 나온다. ... (중략) ...

사진에서는 우연이 전부다. 딱 맞는 순간을 기다리며 몇 시간이라도 보내야 한다. 그러나 결국 기대했던 사진은 얻지 못한다. 그 대신, 기다리는 동안 무심히 셔터를 누른 몇 장의 사진에서 뜻하지 않은 보물들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의 제 1규칙.
딱 맞는 순간은 절대로 예술가 스스로 고를 수 없으며, 그저 우연히 다가올 뿐이다. 사진가는 손가락이 제때에 셔터를 누르도록 하나님께 기도할 수 밖에 없다.